포플러류의 세계적 이용 추세
전 한국포플러위원회장 노의래
우리나라에서, 목재 자원으로서의 포플러의 부침은 우리 위원회의 부침과 궤를 같이 해왔다. 포플러의 인기는 1960년대 전성기를 맞았으나, 적지적수의 실패, 홍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하천부지 식재 금지, 급기야 중국의 값싼 포플러재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우리 위원회도 포플러의 부침과 함께 희비를 같이 해 왔다.
그동안 우리 포플러위원회는 이러한 대외적인 요인에 의한 쇠퇴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하여 나름대로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그 거대한 흐름을 막아서기에는 너무나도 벅찼고, 힘도 돈도 없었다. 포플러 조림은 정부차원에서는 포플러는 이제 그만이라고, 정책에서 제외시키고, 국민들은 그것은 몹쓸 나무라고 한 쪽으로 제쳐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는 수평선 너머에서 흐릿하게 떠오르는 포플러의 새로운 면을 보고 있다. 포플러가 생물연료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산화탄소 감축 이 화두인, 2015년 체결된 파리 기후협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각국이 제출한 자발적 계획대로 실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감축하겠다는 공약을 제출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방법 중 하나가 생물연료의 사용 확대이며, 여기에 포플러를 이용한 각종 연료와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일반 산림 간벌목, 벌채 후 버리는 산림 잔존물, 그 외 각종 산림폐기물이 포함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림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지금 과밀, 과숙상태로, 솎아베기를 해 주어 건강한 산림을 만들어야 제대로 된 성장을 기대할 수 있고, 산불 등 각종 피해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다. 솎아베기를 해 봐야 수익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즉 솎아베기 하는 인건비와 수집비, 운반비 등이 목재 가격보다 더 들어가니 누가 손해를 보면서 솎아베기를 하겠는가? 따라서 사고파는 시장도 없다. 그러니까 점점 더 산림은 과밀하게 되고 과숙하게 되기 마련이며, 산불이 나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진다. 따라서 임업 또한 쇠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산림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으로서, 과밀 된 나무를 베어내고 산불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임내 연소물을 제거하는 것이 있다. 그러면, 어떻게 보면 손해만 보는 간벌목이라는 것을 이득만 보는 간벌목으로 바꿀 수 있을 까 생각해보면, 그것은 간벌목의 용도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간벌목의 용도가 없었다는 것인가 의문을 던질 수도 있다. 아니다. 이미 간벌목의 용도는 전통적으로 농업용, 연료용(장작)이 있지만,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펠릿, 목재 펠릿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주로 태워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임목 혹은 포플러 유래의 연료는 이산화탄소 문제가 없다. 이산화탄소 중립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목재 펠릿 난방이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동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데, 뉴햄프셔 주에서는 주 소속 목재 에너지 위원회가, 목재 펠릿으로 난방을 하면, 화석연료보다 난방비가 48% 덜 들고, 프로판가스보다는 121% 덜 든다고 적극적으로 목재 펠릿 난방을 권하고 있다.
석탄화력 발전소에서는 펠릿을 함께 섞어 태우는 혼소(cofiring)라는 방법으로 발전에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라는 제도가 법제화 되어 있다. 이 제도는 정부에서 대형발전사업자들에게 신재생에너지를 확대보급하기 위하여 “발전량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라"고 의무량을 설정해 준 것이다. 2012년부터 시작하여 2022년까지 최종적으로 10%까지 신재생 에너지로 전기를 발전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신재생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지열, 조력, 바이오매스 등의 에너지이다. 그런데 아마도 이 계획은 바뀔 것 같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전기 공급을 20%까지 늘리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일단 태양력과 풍력에 의존하려는 것 같다. 그런데 풍력과 태양력은 많은 토지 공간을 필요로 하여 자칫하면 농업용 토지와 경쟁할 수도 있다.
참고로 여기서 잠깐 영국의 전기 공급 구성(electricity supply mix)을 보면, 천연가스가 약 50.3%, 원자력 21.2%, 풍력 12.2%, 바이오매스 6.7%, 태양광 3.6%, 수입8.3%(프랑스와 네덜란드로부터) 정도이다(2~3% 포인트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이것을 들여다보면 신재생에너지는 원자력을 제외하면 22.5%에 달한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확실한 전기 공급 구성 비율이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태양력과 풍력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100%를 골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국에서 보듯이 바이오매스가 6.7%의 전기 공급을 책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태양력과 풍력 발전의 단속(斷續)현상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바이오매스 발전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바이오매스 발전에는 펠릿이 포함된다. 바로 이것 때문에 펠릿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펠릿 자원이 없다면 몰라도 그 자원이 있고 더구나 간벌이 꼭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것은 내버려두고 외국의 것을 사들여 오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147만 8175톤을 발전용과 난방용으로 사용했는데 이 중 95%인, 141만 207톤을 외국에서 수입했다. 아마 이 수치는 2016년에는 더욱 커졌을 것으로 생각되며, 영국, 덴마크 다음의 세계 3위의 펠릿 수입국이 되었다. 이것을 달러로 환산하면 대략 3억 달러가 된다. 외국에 돈을 주고 사오는 것은 수입처에서는 돈만 주면 되니까 간단할지도 모르겠으나, 국내에서 그 돈이 사용되면, 상당수의 일자리 확보와 국내 펠릿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나아가서 국가의 임업발전과 농촌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펠릿보다 한 단계 더 가공한 것으로 생물연료가 있다. 포플러를 길러 펠릿을 생산 할 수도 있고, 포플러 단벌기 맹아림 제도를 이용하여 에너지 원료(feedback)를 생산할 수 있다. 어디에 심을 거냐 하는 문제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놀고 있는 간척지가 전국적으로 상당히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새만금만 해도, 물론 주민들은 찬성하지 않을 지도 모르나, 그렇다고 계속 놀릴 수도 없으므로 우선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들어올 때까지 만이라도, 이곳에서 속성수 맹아림 같은 것을 재배하여 바이오매스 원료를 공급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강과 호수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독성 남조류(algae)가 있다. 이것은 주로 하천의 영양분이 많아지면서 온도가 맞으면 무섭게 빨리 번식하는 단세포 식물이다. 이것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하천의 물을 흐르게 하는 것도 있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호수의 경우에는 물을 흐르게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하천의 부영양화를 막는 것으로, 작물이 흡수하고 남은 비료분이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이, 그래도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농토에 겨울에도 자라는 지피작물(cover crop)을 심어 남아있는 양분을 제거한다고 한다. 우리도 이러한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하천변에, 농토에서 흘러내려오는 농업폐수(agricultural run-off)를 모을 수 있는 도랑 같은 것을 하천가를 따라 설치하여, 이 물을 일정지역에 심겨져 있는 포플러 밭에 모아 급수함으로써, 부영양화의 근원인 농업폐수를 없애면서 동시에 속성포플러를 생산하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한다.
포플러 맹아림을 수확물로부터는 펠릿 같은 것이 아니라도 직접 휘발유와 디젤 그리고 고가의 화학물질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되었다. 미국 농무부가 간접 지원하는 Advanced Hardwood Biofuels Northwest Project라는 공공 연구 사업에서 포플러를 이용하여 트럭용 휘발유와 디젤유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들은 20년 벌기의 포플러 뿌리에서 나온 맹아를 대상으로 2년 벌기 수확법을 적용하였다. 한마디로 2년생 맹아를 수확하여 바이오기름(bio-oil)을 만들었는데, 문제는 화석연료의 가격이 이것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화석연료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므로 점점 더 경쟁력이 강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식물 유래의 기름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추가 하지 않기 때문에, 즉 식물은 한 나무가 잘려나가면, 그 자리에 후대가 성립하여 잘려나간 개체가 방출하는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성장하면서 다시 흡수하기 때문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증가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음으로, 탄소중립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식물기원의 기름은, 환경에 전혀 해를 미치지 않는 환경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화석연료와의 약간의 가격차이는 이러한 장점으로 보상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포플러에서 목재펠릿을 생산하고 디젤과 같은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게 되면, 특히 하천부영양화를 막는 방법으로 이용된다면, 포플러로서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맞이할 지도 모릅니다. 우리 위원회의 발전을 기원한다. 2018.10.3.